익산무료급식소, 고물가·기부 감소로 문 닫을 판
(사)솔솔솔 자원봉사대 1일 100여명 점심 제공
작성 : 2011-03-15 오후 9:17:38 / 수정 : 2011-03-15 오후 9:45:10
엄철호(eomch@jjan.kr)
익산시 창인동 솔솔솔 자원봉사대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에게 이순자 사무국장이 점심을 내며 안부를 묻고 있다. |
익산시 창인동 (사)솔솔송 자원봉사대 어르신 무료급식소 운영의 실직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사무국장 이순자 씨(60)는 요즘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당일 팔다 남은 수산물이나 무·배추 같은 것을 보다 싼 값에 사기 위해 대형마트 등의 폐점시간에 맞춰 떨이상품 사기에 나서야 하고, 새벽 시장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식단을 그나마 겨우 차릴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의 이같은 몸부림도 이제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나날이 치솟는 물가에다 경기불황까지 휘몰아치면서 기부의 손길이 뚝 끊겨 더 이상 버텨내기가 버겁다는게 이 씨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 씨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다.
익산시내 6곳의 무료급식소 운영자 모두가 이 씨와 똑같은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15일 오후 11시40분 솔솔송 자원봉사대 2층 무료급식소.
아직 정시 식사시간도 아닌데 50여평의 식당안에는 벌써부터 100여명의 노인들이 몰려와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 식탁에 4명씩 짝을 이뤄 옹기종기 자리잡고 앉아 점심 한끼를 해결하려는 이들은 아예 주방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연신 재촉의 눈치를 보낸다.
잠시 후 수수밥에 냉이 된장국, 연근조림, 배추겉절이, 김치 등으로 꾸며진 식단이 차려졌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일제히 숟가락을 든 어르신들은 비록 단촐한 반찬이지만 금방 식사를 끝냈다. 밥을 더 달라, 반찬 더 달라, 국에 밥 말아먹게 더 큰 그룻 달라는 등등 이것 저것 많은 주문을 쏟아낸 가운데서도 그들은 한결같이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던 김 모 할아버지(78·익산시 모현동)가 이 씨를 보자 한마디 건넨다.
"이 곳 밥맛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것 같아,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냉이 된장국이 나와 더 흐뭇했어, 하루 한 끼만 먹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여기 오면 두 그릇쯤은 뚝딱 비우고 간다"는 그는 내일 또 올테니 오늘처럼 맛있는 반찬을 많이 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예 예...맛있게 드셨어요...'라며 환하게 웃음짓던 이 씨는 어르신이 돌아서자 금새 얼굴이 굳어졌다.
맘이야 굴뚝 같지만 빠듯한 예산으로 늘상 다양하고 색다른 반찬을 제공할 수 없기에 내일의 상차림을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곳 무료급식소는 익산시 지원과 일반 기부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시에서는 한끼당 2500원, 75명분을 기준해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주변에 점심을 굶는 어르신들이 워낙 많다보니 실제로는 하루 평균 100여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이 곳에서 식사를 한다.
이 씨의 허리가 휠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더구나 요즘 날씨가 풀리면서 점심을 챙겨드려야 하는 어르신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미 운영의 한계를 드러내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이 씨는 요즘처럼 막막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11여년 동안 운영해온 무료 급식소를 당장 폐쇄할 경우 그동안 따스한 점심 한끼에 더없는 행복감을 느꼈던 어르신들이 또 다시 배고품의 설움을 갖고 길거리를 헤매야하는 딱한 실정을 생각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끔 어르신들이 '왜 이리 줄었느냐'며 핀잔을 얻어듣기도 하지만, 많이 챙겨주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는 그는 "학교급식 처럼 우리사회가 더 깊은 지원과 관심을 가져주고, 각 기업·단체들의 변함없는 기부 손길만이 춥고 배고픈 우리의 어르신들에게 지속적으로 따뜻한 한끼의 행복을 전할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