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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 미국 소년, 애틀랜타서 백악관까지 59일 걸려
엘튼 존 기부금 2만5000달러 포함해 5만 달러 모금

“집 없는 아이들 도우려 1050㎞ 걸었죠” [중앙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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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등학교 5학년생 잭 보너(11·사진)는 두 달 전 조그마한 빨간 손수레를 끌고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출발했다. 그때는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보너가 1000㎞ 넘게 걸어서 11일 종착지인 워싱턴의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는 혼자가 아니었다. 수백 명의 기자와 10대 청소년이 몰려들어 ‘소년 박애주의자’를 열렬히 환영했다.

미 주요 언론의 보도와 보너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누나(21)의 도움을 받아 59일 동안 하루에 16~20㎞씩 총 1050㎞를 걸었다. 130만 명에 이르는 미국 내 집없는 어린이들을 위한 모금이 목적이었다. 걷는 동안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보너는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엄마를 빼고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할머니는 나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굳게 믿어 주셨어요. 할머니를 위해 끝까지 걷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래서 그는 약 5만 달러(약 6500만원)를 모금했다. 10일 워싱턴에서 콘서트를 연 가수 엘튼 존이 2만5000달러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이 돈으로 컴퓨터와 장난감을 마련해 자신이 살고 있는 플로리다주 탬파의 어린이 보호소를 비롯, 집없는 아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보너는 걷는 동안 해당 지역의 어린이 보호소에서 그들과 똑같이 잠을 자고 밥을 먹었다.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면서 직접 2000달러를 벌었다. 보너는 이 돈으로 같이 숙식했던 보호소 친구들에게 침대 10개를 선물했다. 백악관에 도착한 뒤 보너는 “이 일이 점점 커지는 게 기쁘다”며 “왜냐하면 사람들이 집없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백악관은 오바마가 곧 보너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보너의 ‘자선사업’은 여섯 살이던 2004년 자신이 사는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이 상륙해 많은 어린이가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시작됐다. 빨간 손수레를 끌며 이들에게 나눠 줄 생수 물병을 하나 둘 모으던 그는 자신의 작은 노력이 트럭 27대 분의 생수로 불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이듬해 일곱 살의 나이로 ‘작은 빨간 손수레’ 재단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집없는 어린이 돕기에 나섰다. 이번 행군 이전에도 그는 두 차례의 작은 행군을 통해 루이지애나 주의 집없는 어린이들에게 8000달러 상당의 학용품과 장난감을 전달하는 등 재단을 키워나갔다. 지난 3년 동안 그가 걸은 거리는 약 2000㎞에 이른다.

한 배낭업체는 보너의 취지에 공감해 1마일(약 1.6㎞)에 한 개씩 모두 1225개의 배낭을 그의 재단에 기부했다. 보너는 “우리는 모두 노력하기만 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 기업들이 줄이어 후원자로 나서고 있다. 한 영화제작자는 500만 달러를 들여 보너 스토리의 영화화에 나서기도 했다. 11일 이 같은 이야기를 들은 보너는 고개를 숙이고 울먹거리며 “저는 아주 작은 아이일 뿐이에요”라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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