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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봉사로 ‘인생 2막’ 중년·고령 여성 다시 뛴다

 

  자녀를 어른으로 키운 중·고령 여성들이 가정에 머물지 않고 '제2의 삶'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남을 돕는 사회봉사활동은 이들이 새로운 삶을 찾는 길 가운데 하나다.

 

 #1 합창단 꾸린 여고 동창들 "뭉쳐 보자" 여가로 시작한 일 일 우토로마을 찾아 공연까지

  지난달 4일 서울 한 음식점에 말쑥한 차림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고령 여성 30여명이 모였다. 전북 이리여고 출신 동창생들이 모인 아마추어 합창단 '지초합창단' 단원들이었다. 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날'의 감동을 되새겼다. 지초합창단은 지난 10월24일, 25일 각각 일본 오사카와 우토로에서 합창 공연을 했다. 오사카에선 해마다 열리는 재일동포 화합 행사인 '원코리아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우토로에는 스스로 찾아가 공연을 했다.

    "원코리아 페스티벌에만 참가할 계획이었어요. <한겨레 >에서 우토로 소식을 본 단원이 '일본에 가는 김에 우토로 동포들을 위해 공연을 하자'고 제안해 모두 뜻을 모았죠." 부단장인 김옥조(70)씨의 말이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재일동포들이 살다가 강제 퇴거를 당할 형편에 놓인 우토로를, 대부분 단원들은 잘 몰랐다고 했다. 김씨는 "전후 사정을 알게 되니 꼭 그곳에서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고 했다. 하늘색 한복을 차려입은 합창단원들의 노래에 관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장단을 맞췄고, 마지막엔 "깊어가는 가을밤에 낯선 타향에서"로 시작하는 '여수'를 부르자 관객들은 고향을 그리듯 한결같이 눈물을 쏟았다. 공연 뒤 단원들은 손수 음식을 장만해 마을잔치도 벌였다. 단장 김순덕(65)씨는 "힘들게 사는 동포들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작은 기쁨이라도 줄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합창단은 지난해 동창생들이 오랜만에 "서로 뭉쳐 보자"며 꾸렸다. 나이든 여성들의 여가활동 모임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우토로 방문'은 합창단에 사회봉사의 의지를 심는 계기가 됐다. 단원인 박명숙(63)씨는 "앞으로도 국외에서 힘들게 지내는 동포들을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좀 고상한 여가생활을 할 줄 았았는데, 이런 엄청난 일이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2 지적장애인 후견인 맺은 50대 가정사 들어주며 멘토 역할 "어려운 이웃에 도움" 뿌듯

  충남 아산에 사는 김아무개(52)씨는 한 달에 두 차례 지적 장애인인 이아무개(44·여)씨 집에 찾아간다. 올해 아산 지역 주부클럽에 가입한 김씨는 이 단체 사회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지적 장애인 후견인 맺기'에 나선 것이다.

  후견인 김씨는 이씨와 만나 2시간쯤 이야기를 나눈다. 스무살 된 큰아들 등 세 남매를 둔 이씨는, 아이들 문제로 생기는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나이가 좀더 많고 이미 아이들을 어른으로 키운 경험이 있기에 김씨도 이씨의 고민을 들어주거나 조언해 준다. "이모, 아들이 며칠 동안 집을 나갔어." 이씨가 하소연하면, 김씨는 "내 친구는 가출한 아들이 돌아왔을 때 심하게 야단쳤더니 사이가 더 안 좋아졌다"고 말해 주는 식이다. 이씨는 자주 밖에 나가지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도 못하기 때문에 김씨에게서 얻는 조언이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장사를 하는 김씨는 "내 일 때문에 자주 가 보지 못한 게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때때로 찾아가 말벗이 되어 주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씨도 "김씨와 만나고는 아이들 키우는 짐이 가벼워진 것 같다"고 한다고 했다.

  김씨가 사회봉사활동에 나선 건 처음이다. 막연하게 '봉사활동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품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아이 키우느라 시간 내기도 어려워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쉰살을 넘기고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난 올해 6월에야 주부클럽을 찾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내 자신과 주변만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근데 이제 눈을 더 넓게 뜨게 된 것 같아요. 일하는 시간을 쪼개야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길 참 잘했다고 여겨요." 그 스스로도 자신보다 처지가 힘든 이들이 세상에 많다는 걸 알게 됐고, 한 달에 두 번이나마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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